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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11-15 15:31
“장애인 자립생활 가능해요”
 글쓴이 : 경북장청
조회 : 2,530  
지장협, ‘전국지체장애인대회’ 결의문 통해 요구
김정록 회장, “변화·혁신 선도하는 협회 만들 것”

함평 영화학교 급식실에 긴 줄이 세워졌다. 점심 준비를 위해 필요한 재료의 장을 보는 장애인 청소년들이다. 각자의 레시피를 손에 든 이들은 그날 받은 용돈(하루 1만원)에서 조별로 돈을 모아 자신들이 만들 점심 식사 재료를 구매했다. 교사들이 미리 사다 놓은 재료를 장애인들이 학교 급식실에서 마트처럼 직접 구매해 요리하는 것이다.

장애인들은 전날 공부한대로 재료를 다듬어 각자의 요리에 들어간다. 아무도 이들을 돕지 않는다. 연구원들과 교사들은 옆에서 위험하지 않게 지켜만 본다. 간도 직접 보고 재료도 직접 다듬는다. 맛이 있건 없건 스스로 한 요리이기에 자신들이 한 요리를 맛있게 먹는다. 설거지도 직접 한다. 독립생활을 위한 예행연습이다.

장애인 탈 시설화·자립생활 운동이 일고 있는 가운데 광주장애인부모연대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독립생활 전환 프로그램’(Transition to Independent Living, 이하 TIL)을 진행, 관심을 모으고 있다.

‘TIL 프로그램’은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15일까지 1, 2차로 나눠 실시된다. 1차 프로그램은 서울·경기 지역 등의 전국단위의 발달장애인이 참여해 실시했고, 현재는 광주·전남의 18세 이상 발달장애인 20명이 특수교육기관인 함평 영화학교에서 15일까지 합숙을 통해 TIL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장애인 전환 프로그램들이 특정 직업 영역(봉투 제작 등 단순 노동)에 대한 전문성을 훈련시키는 단순한 프로그램이었다면, 이번 TIL 프로그램에서는 발달장애인들에게 부족한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능력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생활의 변화는 식사 프로그램에서부터 시작됐다. 이곳에서는 아침 기상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아침 식사 시간만 정해져 있다. 식사 시간에 스스로 일어나야만 밥을 먹을 수 있게끔 기본 규칙이 정해진 것. 밥을 포기하고 잠을 더 잔다거나, 식사 시간에 맞게 일어나 식사를 하는 것은 전부 스스로 결정하게 한 것이다.

또 이곳에서의 식사는 매일 지급되는 돈(하루 1만원)에서 재료를 사서 직접 해먹어야 한다. 기본적인 밥과 밥찬은 제공되나 하루에 한 가지 메뉴를 정해 스스로 만들어 먹어야 한다.

만약 1만원을 간식을 사 먹는 데 전부 써버리면 식사비와 재료비를 낼 수 없어 그 끼니를 굶어야 한다.

프로그램 첫 1~2일 동안 `사 먹는다’는 것에 개념이 없는 발달장애인들은 끼니를 굶어가며 이를 직접 경험해 나갔다. 기존에는 무조건 해줬는데, 자신의 선택에 따라 그 결과 달라지고, 책임도 따른다는 것을 배우게 된 것이다.

강하나 광주장애인부모연대 사무국장은 “단기간에 자기결정력과 주장권을 완벽하게 키우기 어렵지만, 처음 왔을 때 `무엇을 먹고 싶냐’는 질문에 선택해 주기만을 기다리던 친구들이 지금은 먼저 통닭, 피자, 자장면 등 먹고 싶은 것은 이야기 할 수 있게 됐다”며 “일주일간의 합숙형 체험 프로그램에서 이 정도의 자신감을 회복했다면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정도 지속적으로 훈련한다면 충분히 달라 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소를 제공해준 유·초·중·고 특수교육기관인 함평 영화학교 김시영 교감은 “그동안 우리 사회는 장애아를 과잉보호해 사회성을 길러주기는 커녕 수동적으로 만들었다”며 “무조건 보호의 대상으로만 여겼던 장애인들에게 근본적인 문제인 자기결정과 자기선택 등을 강화시켜주는 이번 프로그램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글·사진=강련경 기자 vovo@gjdream.com


▶`TIL 프로그램’이란= 가족과 시설을 떠나 연구원들과 전문교사들의 보호관찰 아래 실제생활을 독립적으로 해봄으로써 모든 활동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자기결정력과 자기권리, 자기권리옹호 등 실질적인 독립생활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 프로그램이다.

꾸준한 반복학습, 훈련과 함께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끔 시간을 갖고 기다리면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력과 사회성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다.